나를 지칭하는 기관, 코의 기능과 중요성
鼻(코 비)자 위에 自(스스로 자)자가 있는 것은 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저는 코를 주로 치료하는 한의사입니다. 코 치료를 거의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느낀 것이 코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코를 치료하면서 코에 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내용과 몰랐던 내용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自)’을 가리킬 만큼 중요한 코
우선 상형문자인 한자를 보며 코가 얼마나 중요한 기관인지 알아보겠습니다. 鼻(코 비)자를 보면, 제일 위에는 自(스스로 자)자가 쓰여 있습니다. ‘스스로, 나 자신’을 가리키는 自(스스로 자)자가 코를 형상화해 나타낸 그림인 것입니다.
우리는 자존심이 세다고 표현할 때 ‘콧대가 높다’고 합니다. 이 표현을 보아도 내 몸 전체 중에 나를 지칭하는 기관으로 ‘코’를 선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鼻(코 비)자 위에 自(스스로 자)자가 있는 것은 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한문 어원을 살펴보면 鼻(코 비)자는 코를 뜻하는 글자인데, 본래 코를 뜻했던 自(스스로 자)자가 ‘자기’나 ‘스스로’라는 뜻으로 가차되면서 畀(줄 비)자를 아래에 결합해 만든 글자라고 합니다. 결국 코는 나를 가리키는 것으로, 코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넓은 코의 공간은 바람이 지나다니는 숨길
다음으로 코의 기능을 살펴보면 코는 단순 호흡의 통로가 아닙니다. 코의 구조를 보면 코안에 칸막이가 많습니다. 저는 自(스스로 자)자가 상비갑개, 중비갑개, 하비갑개 3층의 구조를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숨을 쉴 때마다 이마 쪽으로 바람이 지나다니도록 하는 동굴이 있습니다. 코의 부속 동굴인 이곳을 ‘부비동’이라고 합니다. 숨을 쉴 때마다 부비동으로도 바람이 지나다니고, 눈 뒤로도 바람이 다 지나다니게 됩니다.
코의 공간이 얼마나 넓으냐면 뇌가 들어 있는 머리, 경추 부분과 턱을 제외하면 눈을 둘러싼 가운데 공간이 전부 코의 공간입니다. 숨을 쉴 때마다 여기로 바람이 다 지나다니는 것입니다.
코는 온도, 습도 조절 장치이자 뇌의 과열 방지 장치
코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일차적으로는 꼬불꼬불한 코의 공간으로 숨이 들어가면서 아무리 차가운 공기를 마셔도 36.5도로 데워집니다.
그리고 아무리 건조한 공기를 마셔도 이 공간을 지나가면서 85%로 가습이 됩니다. 또 지저분한 공기가 이 공간을 통과하며 정화되어 깨끗하게 걸러진 공기가 목구멍을 통해서 폐로 들어가게 됩니다. 공기의 온도조절 장치, 습도조절 장치가 바로 코입니다.
눈을 둘러싼 공간에 전두동, 사골동, 상악동이 있습니다. 우리 몸 전체에서 눈이 가장 뜨겁습니다. 눈 뒤 망막에서의 정보처리 양이 제일 많기 때문에 눈동자에서 가장 열이 많이 나는 것입니다.
휴대폰 카메라로 비디오를 찍을 때 에너지, 배터리 소비량이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휴대폰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열이 굉장히 많이 납니다.
눈동자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눈동자의 열을 식히는 장치가 코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관찰을 해보니 우리 몸 전체에서 제일 열이 많은 곳은 바로 머리입니다. 신경 쓰거나 성질날 때, 화날 때, 집중할 때 열납니다. 공부할 때는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뇌가 사고 활동을 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장치가 코를 통과한 공기였습니다. 즉, 부비동은 뇌 자체에서 사고 활동과 생명 유지 활동을 할 때 생기는 열을 식혀주는 뇌의 과열방지 장치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비동의 이차 기능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