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비대증 때문에 코를 곤다고요?

이우정의 진료실 이야기

 

2015-9-2

 

3년 전 해남에서 두 시간 거리인 고흥까지 먼 길을 마다 않고 치료를 받으러 왔었던 연우가 오늘 반갑게 내원을 했다.

지금 여덟 살이니까, 그때는 다섯 살이었다. 편도선이 너무 커서 편도선을 절제하지 않으면 도저히 치료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좁아진 목구멍으로 겨우 숨을 쉬면서 항상 입을 벌리고 살아왔었다. 울고 불고 치료 안 받겠다고 우는 아이를 겨우 붙들고 편도선 사혈과 비강 석션 치료를 했었다. 그게 3년 전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딱 한번 살짝 열이 났었는데, 약을 먹지 않고 저절로 좋아진 것 말고 편도선염은 전혀 없었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편도선이 호두알만큼 컸었는데도 비염과 부비동염 치료로 구강호흡이 없어지고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로 항상 입을 다물게 되었고, 밤에도 입을 다물고 자면서 거의 감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편도선이 커서 입으로 숨을 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후해진 편도선을 절제하지 않으면 소아의 코골이는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상식화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연우를 치료하면서, 목구멍을 꽉 막고 있는 편도선이 구강호흡의 원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더욱 더 갖게 되었다. 그만큼 연우의 편도선은 너무나 컸던 것이다. 코막힘을 해결하니 코로 숨을 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목구멍이 좁아졌다고 해서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목구멍이 막혀 있지는 않은 것이다. 목구멍이 좁아서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쉰다는 것이 왜 이리 알기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로도 편도선염으로 수술을 앞둔 아이들을 많이 치료했었다. 수술을 말리면서, 코로 숨 쉬는 치료를 하는 것이 먼저라고 설득하면서 엄마들을 이해시키고 치료를 끌고 나가고 있다. 울면서 치료받는 어린아이의 치료가 쉽지는 않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연우

 

그때 연우는 일주일에 두 번씩 열 번의 치료를 받았었다. 심각한 편도선 비대와 비염과 부비동염이 있었다. 편도선의 크기는 30%정도 줄일 수 있었고-그래도 여전히 컸었다-비염과 부비동염을 치료한 것이다. 오늘 살펴보니, 여전히 편도선은 그대로였으나, 코골이 소리마저 전혀 없이 밤에도 입을 다물고 잘 잔다고 했다.

 

며칠 전 찬바람이 불면서 콧물이 살짝 생기는 것 같아서 겸사겸사 내원했다고 한다. 아주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카카오스토리 이웃인 연우엄마에게 카스에서 만나자고 했다.

 

No comments / No trackbacks
목록댓글쓰기
TRACKBACK: https://leewoojeong.com/4285/trackback

WRITE COMMENT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목록보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