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정도면 자살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우정의 진료실 이야기

 

2015-9-1

 

진료 마칠 때 쯤 김종철 환자분이 차에서 내리시는 것이 보인다.
아차 저분과 오늘 한의원 가족 모두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었던 날을 까먹었었다.
얼른 시드니월남쌈에 예약을 하고 마지막 환자로 치료를 마친 후 시드니로 향했다.
​역시~~ 시드니월남쌈은 맛있다.

 

김종철님은 50대 후반의 남자분으로 지금 20회가 넘게 왼쪽 귀의 난청으로 치료를 받으시는 분이다. 이 분이 하시는 일은 음향기기를 다루는 일로 청력으로 먹고 사는 일을 하신다고 했었다.
그런데 오른쪽 귀는 이미 10년 전부터 교통사고 후 서서히 안들리기 시작해서 청력이 아얘 없었기 때문에 왼쪽 귀에 이명과 난청이 갑자기 생겼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식사 중 하시는 말씀이, “원장님, 이제 이정도면 자살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라고 한다. “신앙이 없었으면 정말 자살 했을 겁니다.”라며.


시드니
“도대체 하시는 일이 뭔데요?”
“아이티일을 합니다.”
1년전 갑자기 귀가 안들리는데, 많은 병원을 다니면서도 좋아지는 것이 없었고, 의사인 따님도 “아버지, 그거 메니에르 병인데,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연세도 있으시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내세요.” 했단다.

그런데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청력이 돌아오고, 전혀 들리지 않던 오른 귀도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해서 어느 쪽에서 소리가 나는지 방향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리가 찌그러져서 들리기는 하지만,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껴서 이제 살만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처음엔 피곤하면 잘 안들리고, 체력이 양호하면 잘들렸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20회를 넘기며 치료를 받으니, 지금은 체력과 상관없이 청력이 유지된다고 한다.

 

“귀의 질환이 왜 약으로 치료가 어려운줄 아시나요?
눈의 망막은 우리몸에서 가장 신경세포가 많이 분포되어 있고, 혈관분포도 많습니다.
눈은 혈액순환과 영양공급으로 눈의 건강이 유지되지만, 귀는 혈액공급으로 청력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모아주는 잘 만들어진 구조물이거든요. 혈관분포가 많지 않습니다. 스피커도 그렇지요. 전기소비량이 적죠.“ 하고 말했더니, ”와 오늘 아주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시며 좋은 스피커도 와트수가 높지 않고 200와트 정도면 되고, 소리를 잘 모아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눈과는 달리 귀는 특발성림프수종으로 진단되는 메니에르 병이 갑자기 생겼을 때에도,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아무리 고강도의 약을 써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리를 모아서 청신경에 닿게 해주는 잘 공명되는 달팽이관은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닷물 소리를 그리워한다.”에서 느끼듯이 소라껍질 같은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마치 잘 설계된 음악홀 같은 구조물로 온도변화에 민감할 뿐, 혈액공급으로 유지되는 기관이 아니기에 약으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기보다, 코와 부비동의 과열방지장치료서의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종철님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귀가 들리게 되어 감사하다며, 절망했던 기억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귀가 안들리게 되면, 지금의 직업은 유지할 수 없고, 먹고 살길이 막막하기는 하지만, 취미로 그리던 그림은 계속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좋은 치료법이라고 칭찬해주셨다. ^^

 

나의 치료는 언제나 같은 방법을 쓴다. 비강사혈로 코를 시원하게 해주는 것뿐이다. 귀까지 시원해지게 치료했을 뿐이다. 코가 시원하면, 귀도 시원하고, 마음까지 시원해지면서, 치료하는 사람도 같이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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